[시론] 도쿄올림픽 D-30일, 경기보다 선수 안전이 먼저다
[중앙일보] 입력 2021.06.23 00:29
도쿄올림픽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도쿄올림픽을 정상적으로 치를 수 있을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코로나19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 달 23일 개막을 앞두고 일본은 물론 전 세계에서 개최 반대 여론이 들끓고 있다.
코로나 위기에 올림픽 강행하나
정치적·상업적으로 이용 말아야
일본 아사히신문이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취소하자’는 응답이 83%나 된다. 5월 초 하루 7000명까지 치솟았던 확진자가 최근 2000명 선으로 줄었으나 누적 확진자는 이미 78만 명을 넘었다. 사망자도 1만4000명을 넘었다.
전 세계 코로나 사망자는 387만명을 돌파했다. 1차 세계대전 때 835만 명 희생된 사실을 생각하면 3차 세계대전이 벌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비참한 상황이다. 이런 엄중한 시기에 1년 연기된 도쿄올림픽을 아예 취소하자는 주장이 일본 안팎에서 여론의 공감을 얻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측면도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헌장을 보면 올림픽 이념의 기본원칙 제1항은 “올림픽 이념의 목표는 인간의 존엄성 보존을 추구하는 것이며 스포츠를 통한 조화로운 인류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이라고 분명히 규정한다. 더구나 도쿄올림픽 개최는 올림픽 헌장 제27조 6항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는다. 정치적 의도로 올림픽이 강행되고 있으며, 올림픽의 숭고한 정신과 이념을 상업적 목적으로 오염시키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홈페이지에 일본 지도를 게재하면서 독도를 포함한 것도 큰 문제다.
대한민국의 고유 영토인 독도 영유권을 명백히 침해한 행위여서다. 지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때는 남북단일팀의 한반도기에 독도를 표기하려 하자 IOC가 제동을 걸었다. 한반도기에 독도를 포함하는 것은 정치적 행위라는 이유로 IOC가 독도를 삭제하도록 한국 측에 권고했고 IOC 지적을 받아들여 한반도기에서 독도를 지웠다.
아직도 세계는 코로나 팬데믹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일본의 국가적 자존심과 일부 정치인의 아집 때문에 도쿄올림픽을 강행한다면 먼 훗날 역사는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 긴급사태가 선언되고 백신 접종이 바이러스 확산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인데도 IOC와 일본 정부는 서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무엇보다 도쿄올림픽은 일본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개최한다 해도 해외 관중은 갈 수가 없을 것이다. 일본은 도쿄올림픽을 유치하면서 20년 장기 불황을 극복하고 후쿠시마 원전 참사를 이겨낸 ‘일본 부흥’의 상징적인 행사로 삼으려고 했다. 일본의 국가적 자존심, 정치적 이해관계, IOC의 상업성이 맞물리면서 올림픽 정신을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도쿄올림픽을 강행하려는 것은 막대한 TV 방송 중계권 수입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IOC는 중계권 계약을 딴 방송사로부터 천문학적인 금액의 중계권료를 받기 때문에 올림픽을 어떻게든 강행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지금이라도 일본 정부와 IOC는 올림픽 정신에 어긋나는 도쿄올림픽 취소를 검토하길 바란다. 올림픽을 정치적·상업적으로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 스포츠의 가치를 훼손하면서까지 올림픽을 강행할 것인가. 도대체 도쿄올림픽은 누구를 위한 올림픽인가. 국가를 위해 수년간 피땀 흘린 선수들에겐 안타깝고 미안하지만, 올림픽을 취소하는 것이 옳다는 것이 필자의 개인 입장이다.
스포츠의 최고 가치는 개인의 행복 추구다. 어떤 메달도 인권보다 가치가 높을 수 없다. 국위 선양이 선수 개인의 행복에 앞설 수 없다. 올림픽 경기보다 선수들의 안전과 생명 보호가 먼저다.
황수연 학교체육진흥연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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