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분열의 지회를 추진력과 리더십, 열정으로 2년 만에 정상화시켜
경로당 회장 활동비 지급, 회장들 연수 전액 지원 받아 다녀와 “보람”
[백세시대=오현주 기자] “황폐화된 지회를 2년 만에 정상화시켰다.”
지난 6월 12일, 임기 말을 맞은 황수연(81) 대한노인회 서울 강남구지회장에게 “지난 4년간 어떤 일을 했는지?”라고 묻자, 이 같이 ‘지회의 정상화’를 강조했다.
황 지회장 취임 당시만 해도 강남구지회는 두 개의 파로 갈라져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대한노인회 총회에도 참석 못했고, 구청의 지원도 끊겼으며, 직원 임금도 체불될 정도로 심각했다.
황 지회장은 “분열된 지회를 하나로 단합하고 화합을 이루기 위해 동분서주한 결과 이제는 구청 지원도 다시 받고 경로당 운영비도 인상되는 등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노인사회에선 이를 두고 ‘지회장의 강력한 추진력과 리더십, 40여년의 공직생활에서 쌓은 경륜과 혼신을 다한 열정 그리고 안정을 바라는 회원들의 염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
서울 강남구민은 53만6000여명, 노인인구는 8만3000여명이다. 강남구지회에는 170개 경로당, 회원 1만여명이 있다.
황수연 지회장은 강남구지회 수석부회장을 거쳐 지난 2019년 10월에 15대 강남구지회장에 취임해 현재에 이르렀다. 대한노인회 선임이사이자 서울연합회 부회장이다.
-지회를 정상화시키는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구청의 중단된 재정지원을 다시 살리는 문제가 급선무였다. 구청과 구의회를 수없이 방문해 지회의 사정을 호소하고 설득했다. 열의와 정성이 전해져 구청의 위탁사업도 재개됐고, 보조금 지원도 원상복구가 되는 등 두 기관과 원만한 관계를 형성하게 됐다. 특히 체불된 직원 인건비(6500여만원)를 운영비 절약을 통해 해결한 점이 대견스러울 정도다. 수십 년 간 공직생활에서 쌓은 경험이 도움이 많이 됐다.”
-임기 말이다. 그간의 성과라면.
“초반의 2년이 지회 정상화를 위한 ‘회복기’라면 후반기 2년은 도약과 성장으로 안정 기반을 다진 기간이었다. 먼저 경로당에서 지회에 납부하는 지회비 3만원을 구청에서 5만원으로 올려 지원받아 지회 재정을 안정시켰다. 그리고 서울시 최초로 예산 전액을 지원 받아 경로당 회장 국내 연수를 2박3일간 일정으로 다녀오기도 했다. 회장들 간 친목이 향상됐고 단합의 계기도 됐다.”
또 다른 성과 중 하나로 경로당 회장 활동비 지급을 꼽았다. 황 지회장은 “명예 봉사직이면서도 관리·운용의 책무가 따르는 경로당 회장에 대한 사기진작과 자긍심 고취 차원에서 활동비를 꼭 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활동비에 대한 명목은 무언가.
“예산에 대한 근거로 조례가 필요했다. 3년 간 저를 비롯해 임원과 경로당 회장들이 힘을 합쳐 구의원을 대상으로 조례 제정을 설득하고 호소했다. 그런 노력이 결실을 봐 작년 10월에 조례를 제정했고, 올해 3월부터 경로당 회장에게 10만원의 지역봉사지도원 활동비를 지급하고 있다. 서울에서 두 번째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밖에도 식사도우미의 수당을 월 27만원에서 37만원으로 인상해 경로당에서 비롯되는 식사 민원을 해소했고, 경로당 운영비를 30% 증액해 경로당 살림을 좀 더 풍족하고 여유롭게 만들었다. 노인일자리도 180명에서 250명으로 늘려 약 3억원의 경제적 혜택을 받게 했다.
황 지회장은 “지난 2월부터 동별로 경로당 회장 지역간담회를 실시해 회장들 간의 친목을 도모하고, 경로당 운영에 대한 정보도 교환하고, 지회 운영 현안도 함께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회는 새로운 노인회로 환골탈태했다. 작년에 여러 건의 소송으로 지회의 재정이 악화되자 경로당 회장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자 놀랍게도 3800여만원의 기부금이 걷혔다.
황 지회장은 “대개의 경우 모금액이 수백 만원에 불과한데 우리는 상상도 못할 만큼 큰 액수였다”며 이번 ‘백세시대’ 지면을 빌어 경로당 회장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고 했다.
-서울서 가장 부유한 구(區) 중 하나이다. 경로당 시설은 어떤가.
“경로당 환경개선으로 경로당이 확 바뀌었다. 고가의 안마기와 병원용 대형 혈압기, 온열기를 보급했고, 에어컨·냉장고·소파·식탁은 물론 노래방 시설까지 갖췄다. 매년 2억5000만원의 물품지원으로 회원들의 복지 환경을 개선하고 있다.”
-경로당 회장들의 학력도 높을 것 같다.
“맞다. 전체 경로당의 45%인 73명이 대학 졸업자이다. 고위공직자를 비롯해 대학 부총장, 대학원장, 초등 교장, 회사대표 출신이 많다. 최고 연장자는 대치동 센트레빌경로당 회장으로 95세이며 교육공무원 출신이다.”
-교육행정관료로 오랜 기간 봉직했다. 기억에 남는 일은.
“88서울올림픽 당시 서울시 장학관으로 개·폐회식 식전 행사를 총지휘했다. 65개 학교 및 단체의 학생과 회원 등 1만6000여명이 방학도 잊은 채 뙤약볕에 구슬땀을 흘리며 연습했던 시간들, 그리고 행사 당일 쏟아진 박수와 함성을 잊을 수가 없다. 서울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에 크게 기여한 공로로 청와대에서 훈장(국민훈장 목련장)을 받기도 했다. 나라를 위해 큰일을 했다는 자부심이 있다.”
-늦은 나이에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노인단체를 제대로 이해하고, 이끌어 가려면 자격증이 필요할 것 같아 도전했다. 주경야독으로 1년 6개월간 책과 씨름했다. 요양원 현장실습 등 여간 힘든 과정이 아니었다(웃음).”
-‘백세시대’ 신문 기고를 통해 늘 바른말을 해왔다.
“우리나라 최고 노인단체로서의 대한노인회 위상을 바로 세우기 위해 충언한 것이다.”
황 지회장은 정부의 주요 이슈에 대해서도 정책대안과 비판의 글을 써왔다. 조선·중앙·동아 등 언론매체에 기고한 글만 100여편에 달한다. 2년 전 중앙일보에 실린 ‘도쿄 올림픽 D-30일, 경기보다 선수 안전이 먼저다’란 시론이 세계 최고 권위지인 뉴욕타임즈에 영문으로 게재되기도 했다.
황수연 지회장은 인터뷰 말미에 “서울의 노인복지 1위 지회로 만들겠다”며 “건강과 친목을 도모하고 풍요로운 여가생활을 위해 강남종합복지시설 신축을 구상하고 있고, 수서역 부근에 강남구 노인전용파크골프장 신설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황수연 지회장 프로필
▷단국대 대학원 졸(교육학 박사)
▷서울시 교육청 장학관·환일고 교장 · 한국자유총연맹 부총재 등
▷ 국민훈장 목련장·체육훈장 백마장 · 황조근정훈장·한국교육자대상 · 대통령 표창(2회)·장관 표창(6회) 등
▷ 대한노인회 선임이사·서울연합회 부회장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